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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관-이규택의 질긴 악연

이규택, 이범관 입당 저지. 경기지사 놓고 격돌도

이범관 전 광주고검장은 6일 박근혜계 핵심 중진이자 4선의 이규택(경기 여주.이천) 의원을 누르고 한나라당 공천권을 따냈다.

2000년 한나라 의원 15명 기소했던 이범관, 이규택과 악연

공천 탈락의 고배를 마신 이규택 의원의 첫 반응은 "16대 국회 당시 대검 공안부장을 할 때 한나라당에 편파수사를 해 이재오 의원 등 몇 사람이 본회의장에서 문제제기했으며, 지난번에도 입당을 못했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이 전 고검장은 한 때 한나라당의 성토 대상이었다. 발단은 16대 총선 이후인 2000년 10월께.

당시 대검 공안부 수장을 맡고있던 이범관 검사장은 16대 총선 당선자 가운데 현역 의원 25명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이 중 한나라당 의원만 15명(민주당 9명, 자민련 1명)에 육박했다.

한나라당은 이에 청와대와 검찰간의 수사 조율 의혹을 제기하며 급기야 2000년 10월 13일, 당시 박순용 검찰총장과 신승남 대검차장에 대한 탄핵소추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전대미문의 사태를 일으킨다. 검찰은 유례없는 반박 성명을 통해 격앙했고, 격앙의 한복판에는 이 검사장이 서 있었다.

그러나 2004년 5월 광주고검장을 마지막으로 검찰에서 은퇴한 이 전 고검장은 2006년 2월 경기도지사 출마를 전격 선언하며 한나라당 입당을 신청한다.

이에 한나라당 경기도당은 이 전 고검장이 "지난 2000년 10월 대검 공안부장으로 근무하면서 한나라당을 탄압했다"며 입당에 제동을 걸었다. 이 전 고검장의 입당을 전면에서 막은 이는 다름아닌 이규택 당시 한나라당 최고위원.

이 최고위원은 2006년 3월 2일, 입당 허락을 부탁하기 위해 당 지도부를 찾아온 이 전 고검장에게 "옛날에 우리를 핍박하더니 뭐하러 들어와"라고 소리쳤다. 이에 이 전 고검장은 "네가 뭔데 소리지르느냐. 만나주지도 않고"라며 맞섰고, 둘은 몸싸움 직전까지 갔었다.

분개한 이 전 고검장은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대검 공안부장 때 15명의 한나라당 의원을 기소했던 것은 해당행위가 되고, 그 중 8명을 기소유예한 것은 애당행위냐"며 강력 반발했다. 이 전 고검장은 "외부 인사에 문호를 활짝 열어놓겠다고 하더니 ‘야당 탄압 전력’운운하며 비방하는 게 오히려 더 해당행위 아니냐"며 "성추행 사건(당시 최연희 사무총장의 여기자 성추행 사건)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마당에 그같은 작태가 벌어지고 있다. 한나라당이 변하려면 아직 멀었다"고 격분을 쏟아냈다.

이규택 최고위원도 이에 맞서 "이 변호사는 야당 의원에 대한 무더기 기소로 한나라당에 고발까지 당했다"며 "한나라당에 와서는 안될 사람"이라고 대언론 선전전에 나섰다.

당시 이 최고위원 또한 경기지사 경선을 준비 중에 있었다. 한달여 간의 논란 끝에 결국 한나라당은 이 지검장의 입당을 승인했다. 이어 마침내 공천전쟁에서 4선의 이규택 의원을 제치고 공천을 따내기에 이른 것이다.

DJ 정권에서는 청와대 비서관 역임. 노무현 정권 들어 여권과 결별

이 전 고검장은 김대중 정권 당시에는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지내기도 한 'DJ 인사'로 분류돼 왔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이 들어서면서 여권과 관계가 틀어졌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003년 8월 "막강한 권력을 누구로부터도 감독받지 않는 검찰을 지속적으로 내버려 두지 않겠다"는 문제의 '광양 발언' 직후, 검찰 내부 통신망에 이를 공개 비판해 파문을 일으킨 당사자가 바로 이 전 고검장이었다.

이 전 고검장은 '검찰 중립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란 글을 통해 "'전직 대통령의 아들도 별것 아닌 문제로 검찰조사를 받았다'는 대통령의 언급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없다"며 "지금의 검찰에 문제가 있어 내버려두지 않겠다는 뜻이라면 그것을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밝혀줘야 할 것"이라고 노 전 대통령을 정면 비판했다. 그는 "대통령의 이런 시각은 검찰 걱정이라기보다는 검찰 간섭이라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대통령은 검찰에 대해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정권이 깨끗하면 된다"고 노 전 대통령을 공개 힐난했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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