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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이명박 대화록 전문] 이명박 "퇴임후 예우하겠다"

이명박 "김해 가시냐", 盧 "그럴 생각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28일 첫 만찬회동을 갖고 한정식에 포도주까지 한 잔씩 곁들이며 의미심장한 대화를 나눴다. 다음은 대화록 전문. <편집자 주>

▲노대통령(현관에서) = 어서오십시오.
▲이당선자 = 나와 계시네요.

(계단을 통해 만찬장인 2층 백악실로 걸어가며)
▲노대통령 = 차가 아주 특별하게 생겼네요
▲이당선자 = 경호실에서 사람을 보내주셔서요.

▲노대통령 = 그게 당연하게 하도록 되어 있는 모양입니다. 나도 당선되고 나서 바로 그렇게 했습니다.
▲이당선자 = 여사님은 잘 계시죠? 인상이 아주 좋으시고..

▲노대통령 = 조만간 내외가 함께 식사하면서 만나는 기회를 갖도록 합시다.

(백악실 만찬장에서)
▲노대통령 = 오늘은 업무상 만남이고..내 마음에는 당선인이 나보다 더 웃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당선자 = 아이고, 무슨 말씀을,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노대통령 = 그런데 의전은 아직 제가 가운데로 돼 있나 봅니다. 다음에 퇴임 후에 (청와대에) 오는 일이 있으면 제가 그 자리에..
▲이당선자 = (웃으며) 임기가 다하셔도 선임자시니까 제가 선임자 우대하겠습니다.

▲노대통령 = 축하 인사를 빠뜨렸습니다.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이당선자 = 이제 한참 지났습니다. 문재인 실장님이 오셔서 화분까지 보내주시고 해서 그 때 잘 봤습니다.

▲노대통령 = 많이 바쁘시죠.
▲이당선자 = 요새는 오히려 좀 시간이 있습니다. 인사 좀 다니고..

▲노대통령 = 나는 당선자 시절에 정신없이 바빴던 기억 밖에 없습니다.
▲이당선자 = 그 때 텔레비전을 보니까 당사앞에서 지지자들이 (두팔을 들어보이며) 막 하던데요.

▲노대통령 = (문재인 실장을 보며) 그게 당사 앞이었죠?
▲이당선자 = 높은데 있으시던데..

▲노대통령 = 지금도 사진을 보면 그 때가 제일 좋았던 것 같습니다.
▲이당선자 = 힘드셨죠?

▲노대통령 = 이전도 힘들고 이후도 힘들고, 그 시간들이 힘들었습니다.
▲이당선자 = (당선자 시절은) 책임이 아무래도 덜하니까요. 5년이 빠르게 지나갔습니까, 힘들게 지나갔습니까?

▲노대통령 = 좀 길게 느껴졌습니다. 중간에 다시 가다듬고 다시 출발할 수 있는 계기가 없으면 5년은 길게 느껴집니다.
▲이당선자 = 시기가 어려운 시기였으니까요, 격변하는 시기였으니까요.

▲노대통령 =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염두에 둔 듯) 4년이 왜 4년인지 모르겠는데 관행처럼 4년입니다. 4년이면 행정이나 절차상의 속도로 봐서 대개 초창기에 시작한 것이 자리가 잡히고 평가를 받을 만한 시기입니다. 그 과정에서 옥신각신 하면서 평가를 받기도 하고, 선거로 심판을 받고 그렇게 되면 몰라도, 새롭게 가다듬고 시작하면 몰라도 중간과정 없이 5년을 가는 것은 매듭이 없어서 지루하게 느껴집니다.
▲이당선자 = 대통령께서 정당과의 관계가 그래서..변화무쌍하지 않았습니까. 오늘 국회에서 이라크 파병 연장안이 통과됐는데 한나라당은 전원 동의인데..아슬아슬하게 통과됐습니다.

▲이당선자 = 퇴임 후 김해로 내려가시느냐.
▲노대통령 = 그럴 계획입니다.

▲이당선자 = 대통령이 퇴임 후 고향에 내려가는 것은 역사상 처음인 것 같습니다. 의미 있는 일입니다.
▲노대통령 = 우리나라의 시골마을을 아름답게 꾸미는 등 농촌마을을 살기 좋게 만들고 지역안전 네트워크 구축에 앞장설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너무 무질서 하게 개발됐습니다. 국민소득을 3-4만달러로 올리려면 국토가 그만큼 품격을 갖춰야 합니다. 고향에서 이런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이당선자 = 청와대 생활이 갑갑하지 않나요. 청와대 밖에 몰래 나가는 일은 없습니까.
▲노대통령 = 청와대 생활중 휴가와 외출을 하고 싶어도 재해 등 비상사태에 대한 대비와 국민들에게 끼치는 불편 때문에 자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밖에 나가면 나갈 수 있는데 막상 나가려면 편안한 분위기에서 가기 어려워요. 그래서 못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잠시 휴식차 지방 가서 쉬려 해도 여러 일들 때문에 안 되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처음에 청와대에 들어와 보니 보기 흉한 시설들이 많았습니다. 경호상 필요한 것이지만 미관상 안 좋았습니다. 고치고 싶었지만 초기에 하면 나를 위한 것이라고 할 것 같아 작년과 올해에 걸쳐 다음 오시는 분들을 위해 많이 고쳤습니다. 이 당선자 생활에 매우 좋으실겁니다.

▲노대통령 = 정부가 주관하는 국정은 인계할 게 별로 없습니다. 사람도 그대로입니다. 그러나 청와대는 사람도 바뀌고 집도 비워줘야 하기 때문에 준비할 게 정말 많습니다. 2005년 말부터 인수인계에 대비해 여러가지를 해왔습니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을 만들고 국정기록도 만들고, 이론적 영역 뿐 아니라 실무적 시스템까지 만들어 왔습니다. 전자문서관리시스템과 국정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따라 이관 내지 보관하고 있으므로 청와대의 각종 정책과 업무 인수인계 절차는 차질이 없이 진행될 것입니다.현재 문서가 60만건인 데 이관된 것 말고 청와대 서버에 남아있는 게 20만건입니다. 문서를 출력할 때도 자기 PC에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서버에 들어가기 때문에 누가 출력했는지 다 알 수 있고, 그래서 외부에서 말하는 문서폐기는 있을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청와대 업무관리 시스템이나 국정관리 시스템이 매우 잘 준비돼 있어 이를 통해 업무 효율성도 높아졌고, 우려하는 보안성 문제도 거의 없다고 봅니다. 지금은 국무회의에 안건을 바로 올릴 수 있습니다. 국무회의에 종이문서가 없습니다.
▲이당선자 = 그런 제도가 지자체까지 연결될 수 있어야 합니다. 디지털 시대에 청와대가 앞서서 그런 제도를 이끈 것은 정말 잘된 것 같습니다. 선진시스템을 갖추느라고 애를 쓰셨습니다. 정책결정과정에 매우 유익한 자료가 될 것 같습니다.
대통령이 직접 챙기시니 가능한 일인 것 같습니다. 법도 시스템도 되어 있으니 역대 어느 때보다 인수인계가 잘될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인계 준비를 이렇게 많이 하신 줄 몰랐습니다.

▲노대통령 = 청와대가 그간 중점적으로 관리해왔던 정책에 대해 정책수행과정을 기록하도록 지시하고 공개할 생각입니다. 특히 부동산 정책과 교육 정책은 정책의 역사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래전에 `대한민국 부동산 40년' `대한민국 교육 40년'이란 책 두권을 만들어 일반 출판했습니다. 정책변화가 한 눈에 보였습니다.
▲이당선자 = (관심을 보이면서) 두 권을 주시면 가서 읽어보겠습니다.

▲노대통령 = 읽어보시면 매우 도움되실 것 같습니다. 임대주택법과 4대보험 통합징수 관련 법률안이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데 시급히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정치적 이익을 떠나 국민에게 직접 도움이 되는 시급한 법안입니다.
▲이당선자 = 적극 검토해보겠습니다. (옆에 있던 임태희 비서실장에게) 챙기도록 하십시오. 대입제도에서 수능과목이 너무 많습니다. 음악하는 사람이 수학까지 하는 것은 지나친 것입니다. 또 대학에서 물리를 전공할 사람이 쉬운 수학을 해서 대학에 가서는 문제가 생깁니다.

▲이당선자 = 한미 FTA를 체결한 것은 정말 잘하신 일입니다. 노 대통령께서 한미 FTA를 정말 체결하실 줄 몰랐습니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 낀 대한민국이 미국시장을 먼저 겨냥했다는 것은 역사가 평가할 것입니다. 한나라당 농촌지역 의원들도 농민들을 설득해 2월 임시국회 중에는 비준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협력하겠습니다.
▲노대통령 = 제가 큰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한미 FTA 비준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같이 힘을 합쳐서 통과될 수 있도록 합시다.

▲이당선자 = 영부인은 잘 계십니까.
▲노대통령 = 영부인들도 서로 이야기하고 알아야 될 부분이 있습니다. 다음에 4명이 함께 자리를 합시다.

▲(노대통령, 이당선자 모두) 선거 때는 마음에 안드는 말도 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라는 취지로 서로 언급.
▲이당선자 = 이렇게 많이 준비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노대통령 = 퇴임해 정치활동을 할지, 안할지는 모르겠습니다. 당이 다르고 정책에 대한 정치적 비판을 주고받을 수는 있지만 앞으로 대통령직 자체에 대한 권위와 신뢰는 갖고 가야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대통령직에 대한 권위와 신뢰를 지킬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국민에게 설명할 기회가 있으면 설명해나가겠습니다.
▲이당선자 = 후임자가 전임자를 예우하고 잘 모시는 아름다운 전통을 만들겠습니다.
이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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