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식 "이제 '정치의병 그룹' 가시화 돼야"
"정치의병 준비되지 않으면 여야가 쪼개져도 마찬가지일 것"
김성식 전 의원은 지난 5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이같이 주장하며 "낡은 지역 구도에 쐐기 역할을 하고 내년 총선에서 원내교섭단체 아니 10석이라도 만들 수 있는 정치의병 그룹, 진영논리를 뛰어넘어 정직하게 정책 어젠다를 제기하고 양당까지도 민생과 미래를 위한 문제해결 트랙으로 견인할 정치의병들 말이다"라고 정치의병 그룹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기존의 새누리당-새정치민주연합 양당체제를 "적대적 양당 구조"로 규정한 뒤, "그들은 득표에 도움되는 단편적인 사탕발림 카드만 흔들려하고 국민들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짊어져야할 더 큰 책임에 대해서는 함구한다. 그리고 상대방의 악수와 실수로부터 반사이익이나 얻으려한다. 진영논리나 부추기고 달콤한 지역구도에 함께 안주하면서, 잘되면 1당, 못되도 2당이니 혁신할 절박함이 없다. 정치가 조롱거리가 되어도 어쩔 수 없다고 여긴다"고 질타했다.
그는 이어 "국회의원 소선거구제 개혁, 양당으로 대변되지 않는 목소리의 정치세력화와 다원화된 사회에 걸맞는 다당제로의 전환, 다수 형성과 문제해결을 위한 연합정치의 활성화,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제 도입 등이 가야할 길"이라며 "그런데 새정치를 실현하기 위한 새로운 정당 창당은 작년 3월, 추진 세력들의 역량 부족과 안철수 의원의 급변침으로 무산되어버렸다"며 자신이 도왔던 안철수 의원의 변심을 개탄하기도 했다. 그는 과거 안철수 의원과 함께 신당 창당을 추진하다 안 의원이 지난해 3월 새정치연합에 입당하자 그와 결별하고 침묵해왔다.
그는 결론적으로 "이런 정치의병 그룹부터 미리 준비되지 않으면, 설사 총선 앞두고 두 정당이 내부갈등으로 쪼개진다고 하더라도 정치판은 새로워지지 않을 것이며, 우리 공동체의 희망도 요원할 것"이라며 "다시 모래시계가 가동되기 시작했다. 그 절실함부터 공유해야겠다"며 정치의병 그룹 결성에 적극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다음은 김 전 의원의 글 전문.
힘겨운 삶, 절실한 변화...정치혁신의 길은?
살기가 정말 팍팍하다고들 한다. "정부? 정치? 못믿어. 내꺼는 건드리지마", 불신은 하늘에 다다를듯 하다. 그러나 혼자 아둥바둥하고 서로 밀치며 사는 세상은 강자들이 원하는 세상이다. 각자도생은 힘겹다. 힘들수록, 함께 사는 공동체의 기반을 키워야 한다.
내 생각에 지금 대한민국 앞에 놓여진 굵직한 과제 중에 한 정권, 한 정당이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복지와 재정부담에 대한 합의, 비정규직 해법, 공정경제생태계 구축, 외교 및 대북정책에 대한 남남공감 등 모두 양보와 타협과 조정이 절실한 과제들이다. 밀어붙이기에 적합한 산업화, 민주화 시대의 정치구조는 이제 수명을 다했다. 비정규직과 중도성향처럼 정치적으로 대변받지 못하는 지대가 커졌고, 상호 대립적인 사안에 대해 정치적 조율과 국민적 공감을 이루어나가는 능력은 매우 척박하다. 그래서 정치혁신의 초점은 수명 다한 양당 구도에 맞추어져야 한다.
적대적 양당 구조가 대한민국의 미래와 민생의 걸림돌이 되는 이유는 바로 그 절실한 삶의 문제들에 대해 정치권이 해결능력을 보여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득표에 도움되는 단편적인 사탕발림 카드만 흔들려하고 국민들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짊어져야할 더 큰 책임에 대해서는 함구한다. 그리고 상대방의 악수와 실수로부터 반사이익이나 얻으려한다. 진영논리나 부추기고 달콤한 지역구도에 함께 안주하면서, 잘되면 1당, 못되도 2당이니 혁신할 절박함이 없다. 정치가 조롱거리가 되어도 어쩔 수 없다고 여긴다.
양당 구도의 기득권을 전제로 한 여야 정당의 혁신 논의는 무의미하다. 부패, 막말, 세비, 계파... 이런 게 문제로 이야기되지만, 핵심은 아니다. 첫째 공천이 곧 당선인 지역구도, 둘째 1당과 2당이 과잉 대표되는 소선거구제도, 셋째 사당화된 지구당 (당협) 체제, 이 세 가지야말로 타파되어야할 핵심 기득권이다. 수없이 혁신위와 비대위를 만들고서도 양대 정당이 정말 바꾸려고 하지 않는 것들이다. 그러는 사이, 최근 여권의 당청갈등과 야당의 계파 갈등이 보여주듯이, 각각 하나의 정당으로 묶어두기에는 봉합선이 너덜너덜 헤지고 그 구성원과 지지자들이 이질화되었다.
그 세 가지가 바뀌어야 국민의 목소리가 소외없이 대변되고, 정치인과 정당의 행동양식이 바뀔 수 있다, 정치인과 정당들이 보스 지역 이념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두렵게 알고 문제해결능력으로 경쟁하는 정치시스템과 리더십이 가꾸어질 때, 함께 사는 더 나은 공동체를 기약할 수 있다. 지금 정치시스템으로는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대통령 해먹기 힘들고, 누가 1,2당이 되어도 국회 운영하기 힘들다는 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다. 국민은 더 열받게 될 것이고, 공동체는 가랑비에 옷 젖듯이 무너져내릴 것이다.
지금 정치 개혁은 밥먹여주는 개혁이다. 민생과 정치가 별개가 아니다. 국회의원 소선거구제 개혁, 양당으로 대변되지 않는 목소리의 정치세력화와 다원화된 사회에 걸맞는 다당제로의 전환, 다수 형성과 문제해결을 위한 연합정치의 활성화,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제 도입 등이 가야할 길이다. 그렇게 새로워진 정치만이 일자리 및 기업 생태계, 경쟁력-안전망, 조세-복지, 평화-안보 아젠다들을 제대로 풀어갈 수 있다.
정치 시스템 개혁은 정치세력에 대한 희망이 있을 때 국민적 동력이 생긴다. 그런데 새정치를 실현하기 위한 새로운 정당 창당은 작년 3월, 추진 세력들의 역량 부족과 안철수 의원의 급변침으로 무산되어버렸다. 새정치는 국민의 가슴 속에 묻혀버렸고 나는 자중의 시간에 스스로를 가두었다.
그러나 불씨만 있다면 희망으로 살아날 것이다. 지금은 새 정당을 말하기에 앞서, 비록 작아도 기존 정치 구도에 안주하지 않는 정치의병 그룹이 가시화되는 것이 절실하다. 낡은 지역 구도에 쐐기 역할을 하고 내년 총선에서 원내교섭단체 아니 10석이라도 만들 수 있는 정치의병 그룹, 진영논리를 뛰어넘어 정직하게 정책 어젠다를 제기하고 양당까지도 민생과 미래를 위한 문제해결 트랙으로 견인할 정치의병들 말이다. 정치권 안팎에 어느 정도 그 씨앗과 에너지가 있을까. 제 때 모여 제대로 케미스트리를 이뤄낼 수 있을까.
그러나 이런 정치의병 그룹부터 미리 준비되지 않으면, 설사 총선 앞두고 두 정당이 내부갈등으로 쪼개진다고 하더라도 정치판은 새로워지지 않을 것이며, 우리 공동체의 희망도 요원할 것이다. 다시 모래시계가 가동되기 시작했다. 그 절실함부터 공유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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