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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굴뚝농성' 이창근씨 101일만에 내려오다

"여러분을 믿고 내려갑니다"

쌍용차 굴뚝에서 해고자 복직을 촉구하며 101일 동안 농성을 벌여온 쌍용차 해고노동자 이창근씨가 23일 내려온다.

이창근씨는 22일 오후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101일째 되는 내일(3월23일) 오전 10시30분 땅을 밟겠습니다"라면서 "굴뚝에 올랐던 마음처럼 최종식사장님과 중역 그리고 사무관리직, 현장직 옛 동료만 믿고 내려갑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제가 굴뚝에 올라 있는 것이 자칫 원활한 교섭 진행에 걸림돌이 되지 않나 싶어서 90일쯤부터 내려 갈 생각을 갖고 있었으나 여건이 계속 엉켰습니다"라면서 "비정규직노동자, 징계해고자, 정리해고자등 그 숫자만 해도 작은 규모가 아닙니다. 그 분들이 복직되고 공장 안과 밖에서 자신의 꿈과 내일을 펼칠 수 있길 진심으로 기원드립니다"라고 염원했다.

다음은 이창근씨 글 전문.

이창근씨 글

101일째 되는 내일(3월23일) 오전 10시30분 땅을 밟겠습니다. 굴뚝에 올랐던 마음처럼 최종식사장님과 중역 그리고 사무관리직, 현장직 옛 동료만 믿고 내려갑니다

100일동안 단 1초도 허투루 쓰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지만 뜻대로 되진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교섭은 잘 진행중이고 그 가운데 제가 굴뚝에 올라 있는 것이 자칫 원활한 교섭 진행에 걸림돌이 되지 않나 싶어서 90일쯤부터 내려 갈 생각을 갖고 있었으나 여건이 계속 엉켰습니다. 이유일 사장에 대한 미움도, 새로 사장에 오르는 최종식 사장에 대한 야속함도 이젠 없습니다. 그것만으로 제가 굴뚝에 있었던 것이 아님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지키지 못한 26명의 옛동료와 복직의 노력과 투쟁을 차마 놓을 수 없는 쌍용차 해고자들이 있습니다. 비정규직노동자, 징계해고자, 정리해고자등 그 숫자만 해도 작은 규모가 아닙니다. 그 분들이 복직되고 공장 안과 밖에서 자신의 꿈과 내일을 펼칠 수 있길 진심으로 기원드립니다

다가오는 화요일 3월24일은 쌍용차 주주총회입니다. 건실하게 쌍용차 만들고 있는 버팀목 같은 분들이 모입니다. 굴뚝에 올라 있는 저로 인해 그분들이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그것이 작든 크든 모두 해고자들에게 피해로 돌아갈 것을 우려합니다.

최종식 사장님과 사무관리직과 현장에서 땀 흘려 일하는 옛 동료들께 진심으로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뒤늦게 사과 말씀드립니다. 굴뚝 올라 온 초반 저는 불안했고 겁이 많이 났습니다. 여러분들이 절 공격할까봐 잠도 이루지 못했습니다. 입과 글과 말로는 믿는다 의지한다 했으면서도 몸은 떨렸고 불안감은 계속됐습니다. 진심으로 제가 여러분들을 믿지 못했기 때문이란 걸 이제서야 실토합니다. 늦었지만 사과드립니다. 그러나 다행인 건 이젠 말과 몸이 동시에 여러분 믿습니다. 그래서 사장님과 중역 그리고 생산직 여러분들을 의심없이 믿고나니 땅 밟을 용기가 생겼습니다. 그 점은 살면서 꼭 갚겠습니다. 비록 저 개인은 쌍용차와 아무런 관련없는 이방인의 신분을 스스로 취득했지만 여러분들의 고마움 잊지 않을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쌍용차지부 옛 동료분들께도 고마움 전합니다. 우리들이 함께 경험한 지난 시간들을 곱게 간직하겠습니다. 강건하시고 발전 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심리치유센터 '와락' 기획팀장으로 여러분과 또 새롭게 만나고 웃겠습니다. 제 생애 가장 치열했던 시간에 여러분이 없었다면 전 벌써 도망쳤거나 집안에 틀어박혀 한탄의 세월 보냈을 겁니다. 그 점 깊이 감사하고, 새기겠습니다. 그간에 상처 드린 점 많습니다. 용서 구합니다. 새로운 관계로 만날 것을 믿습니다. 목욕탕이나 동네슈퍼에서 즐겁게 말입니다.

날 아끼고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에게도 고마움을 듬뿍 전하고 싶습니다. 쌓인 얘기는 편안한 츄리닝 차름으로 거실에서 뒹굴거리며 하겠습니다. 너무 고생 많았고 고통 많이 줬던 점 사과합니다. 또 새로운 관계로 거듭날 수 있길 소망합니다. 어머니와 누나들 그리고 매형과 동생과 제수씨께도 고마움 전합니다. 애 많이 쓰셨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장인 장모님과 처남들과 처남댁에게도 고마움 전합니다.

연대했던 모든 분들 그리고 관심과 애정을 듬뿍 보내준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잊지 않고 계속 소통하고 즐거움으로 만나겠습니다. 당신 덕택이었다는 말 꼭 하겠습니다. 구체적으로 이름 부르지 않아도 기꺼이 이 마음 알아주는 내 모든 친구들은 다음에 꼭 인사드릴테고 너그러이 용서할것 또한 믿습니다.

전 내일 오전 10시30분이면 땅 밟고 웃으며 서 있을 겁니다. 여러분을 오프에서 온라인에서 여전히 만나고 웃고 때론 투정도 부릴 것입니다.

쌍용차 최종식사장님과 공장 안 사무관리직 생산직 여러분을 깊이 이해한 100일이었습니다.

빛나는 결과 교섭에서 만들어 더이상 서로가 상처내지 않길 소망하고 그러실거라 확신합니다. 굴뚝사용료 땅밟는 즉시 체크아웃하고 죄 있다면 받겠습니다. 웃는 얼굴로 뵙죠. 환절기 건강 조심하십시오. 땡큐!
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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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이 2 개 있습니다.

  • 3 0
    한마디

    그리고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식의 구호도 이해 못하겠다.
    정규직이어본 적도 없는 사람이 이미 수백만이라는 거 아닌가?
    진정한 운동가라면 해고가 살인이 되는 사회를 혁파하려고 노력해야지
    누구 몇 몇만 그 '지옥'으로 떨어지는 걸 막아본 들 무슨 의미가 있나?
    해고는 살인이라는 말은 그 지옥이라는 상태를 역설적으로 합리화하고 있다.

  • 3 0
    한마디

    설득력없는 투쟁 방식.
    이제 누구의 희생을 전제하는 운동은 지양되어야한다.
    정치인이나 올바른 운동가라면
    누구든 희생을 막고 보편적으로 대항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지
    누군가를 '전사'처럼 앞세우는 방식의 유효기간 지났다.
    전사가 될 수 없거나
    올라갈 굴뚝 조차 없는 수 많은 사람을 소외시키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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