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100원 돌파, '금융 불안' 증폭
엔저 맞불작전 '원저' 한계 봉착? '달러-엔 145엔' 충격적 전망도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3.9원 오른 1,100.5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1,100원을 돌파한 것은 지난해 9월 2일(1,100.5) 이후 1년 2개월 만이다.
이같은 원화 환율 급등은 엔화 환율 급등에 따른 것으로,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장중 한때 116.37엔까지 올라 지난 2007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일본경기 침체로 아베정권이 내년 10월 예정됐던 2차 소비세 인상을 무기 연기할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은 데 따른 것이다.
원-달러 환율은 외국인의 환차손 우려를 증폭시켜,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15.37포인트(0.78%) 급락한 1,945.14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2천393억원을 순매도해 주가 하락을 견인했고 개인도 1천829억 순매도로 동조했다. 기관만 3천839억원 순매수로 주가 하락을 막으려 애썼으나 역부족이었다.
가파른 원화 환율 상승이 수출주에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보다는 외국인의 환차손 우려가 시장을 지배하면서 주가 급락으로 이어진 것이다.
문제는 당국이 주가 하락과 물가 불안을 감수하면서까지 수출기업들을 위해 '엔저' 맞불작전으로 '원저' 전략을 구사하고 있으나 과연 언제까지 이같은 전략을 고수할 수 있는가이다.
실제로 이날 원-엔 환율은 100엔당 946원 50전(외환은행 고시 기준)으로 전 거래일보다 1원5전 하락하며 2거래일 연속 연저점을 경신했다. 이날 원-엔 환율은 2008년 8월 12일(938원 98전) 이후 6년 3개월래 최저치이기도 하다.
원-엔 환율을 950원선에 맞추겠다던 우리 당국의 힘이 딸리기 시작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는 대목이다.
설상가상으로 앞으로 엔저는 더욱 가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미 달러-엔 환율이 125엔까지 수직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 일반화됐다. 더 나아가 이날에는 145엔까지 진행될 것이란 충격적 전망까지 나왔다.
CNBC에 따르면 유럽의 대표적 비관론자인 소시에테제네랄(SG)의 앨버트 에드워즈 전략가는 이날 보고서에서 "엔화의 중요한 지지선인 달러당 120엔선이 조만간 깨지고 2007년 6월(124엔)과 2002년 2월(135엔)의 저점이 빠르게 붕괴할 것"이라며 "120엔선이 한번 무너지면 달러-엔은 145엔을 향해 빠르게 상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은 아직 소수 의견이나, 엔저의 장래가 극도로 불투명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여서 시장 불안은 앞으로 계속 증폭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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