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고전이 엔저 때문? NO. 경쟁력 때문"
삼성증권 보고서 화제, "현대차 기술과 브랜드에 상당한 의문"
주가가 연일 급락하면서 현대차는 시가총액 2위 자리를 SK하이닉스에 내줬고, 정몽구 회장 역시 총수보유주식 평가액 2위 자리를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에게 내준 데 이어 서 회장과의 격차가 1조5천억원이상 크게 벌어지고 있다.
현대차의 고전에 대해 정부나 대다수 언론 등은 '엔저' 탓을 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증권이 5일 "NO"라고 말하고 나섰다. 삼성증권은 앞서도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 4조원대로 급락할 것이라고 가장 먼저 전망, 시장을 흔든 바 있다.
"현대차 고전, 엔저 때문 아니다"
삼성증권 김용구 연구원은 이날 <엔저 트랩에 빠진 현대차를 위한 고언>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우선 '엔저 쇼크'가 지나치게 과장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엔화 약세의 한국 매크로 기업 및 기업 실적 영향력은 전반적으로 불분명하다. 또한 엔저에 따른 업종별 민감도 역시 지속적으로 감소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한국기업의 체질이 완연히 달라졌고, 경쟁국 통화가치 변화만으로는 한국 수출의 득실판단이 어려워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엔저가 일본자동차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주장에 대해서도 "엔화 약세가 일본 완성차의 판가 개선에 긍정적이긴 하나, 필요적으로 생산단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는 없다"며 "일본차 역시 부담스러운 상황은 매한가지일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현대차에 대해 "현대차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글로벌 핵심시장인 중국시장 안에서 견조한 점유율 상승과정이 계속되고 있고, 엔저가 뚜렷해진 2013년 이후에도 안정적인 M/S(시장점유율) 성장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현대차는 일본 경쟁업체와 유사한 수준까지 글로벌 생산 비중을 끌어올린 상황(60%수준)에서 단순히 환율 변수만을 탓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합당치 않다"면서 본격적으로 현대차의 '본질적 경쟁력'을 문제 삼았다.
"본질적 경쟁력에 의문"
김 연구원은 "현대, 기아차는 글로벌 완성차 톱5 브랜드로 성장했지만 기술 기반과 브랜드 측면에서 상당한 의문이 있다"며 조목조목 문제점을 지적했다.
우선 제네시스-에쿠스 등 후륜구동 기반 럭셔리 세단이 존재하지만, 글로벌 마켓에서의 브랜드 인지도는 극히 미미하고 가격경쟁력을 배제할 경우 이렇다 할 소구(구매력 자극) 포인트를 찾기 어렵다.
또한 스포츠카가 완성차 브랜드 기술수준의 총아로 자리매김한 상황에서, 해당 라인법의 부재는 뼈아플 수밖에 없다.
아울러 전기차 및 스마트카 등, 차세대 기술변화와 관련한 준비 역시 경쟁사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는 위기 해법으로 '글로벌 브랜드 M&A'를 제시했다. 그는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큰 애스턴마틴과 로터스를 인수하는 일이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이들 회사의 시장추산 인수가액은 2조원에 불과해 현대차 브랜드 전략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는 변화로 판단한다"고 조언했다.
삼성동 한전부지를 10조원에 매입한 데 대한 우회적 질책으로 해석가능한 대목이다.
"외제차로 떠난 소비자 돌아올 확률은 1.7%"
김 연구원은 내수시장 접근방식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현대차의 9월 내수시장 점유율은 37.2%를 기록하며 지난 4월 44.6% 형성 이후 5개월 연속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면서 "고마진을 담보했던 텃밭 내수시장에서 급속한 기류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사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그는 이어 "주목할 점은 한번 외제차로 떠난 소비자는 국산차로 돌아올 가능성이 1.7%에 불과하다는 것"이라며 "소비자의 변심은 수입차에 대한 선호 변호와 함께 상당부분 내수시장 홀대에서 비롯된 현대차에 대한 불만과 아쉬움에서 연유하고 있음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며 내수용 자동차 차별 등에 대한 현대차의 철저한 자성을 촉구했다.
김 연구원의 보고서는 최근 경제위기의 근원을 모두 엔저 탓으로 돌리면서 심각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한은 기준금리 추가인하 등을 주장하는 정부나 언론 등에도 일침을 가하는 것이어서 앞으로 상당한 파장이 뒤따를 전망이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