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현대차의 '한전 땅 올인'에 싸늘
<블룸버그> "낙찰액이 지난해 이익 상회", 외국인 집중매도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한국최대 자동차 메이커를 중심으로 하는 현대차 그룹이 서울의 부동산 입찰에서 삼성전자를 이기고 평가액의 3배가 넘는 10조5천500억원에 낙찰을 받았다"며 "낙찰액은 현대차의 지난해 이익을 상회한다"고 지적했다. 올해의 현대차그룹 실적이 지난해보다 더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마당에 어떻게 한 해 수익보다 많은 돈을 부동산에 투입하냐는 힐난인 셈.
<블룸버그>는 "낙찰 발표가 나오자 현대차 주가는 급락하고 있다"며 "이대로 끝나면 2012년 11월 이래 최대 하락이 된다"며 현대차그룹이 주가 폭락을 자초했음을 강조했다.
<로이터 통신>도 "입찰에서 삼성전자에 승리했지만, 취득액은 전무후무하다 말할 수 있는 규모여서 시장에서 우려의 소리가 높아져 주가는 급락했다"며 "투자자와 애널리스트들은 100억달러를 배당과 새로운 공장 건설에 사용하지 않고 본사 빌딩 및 테마파크에 쏟는 그룹의 자세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현대에 투자하고 있는 LS자산운용의 펀드 매니저는 "삼성과의 경쟁심을 감안하더라도 이것은 지나친 것"이라고 비판했다.
<로이터>는 또한 "현대자동차 그룹은 막대한 보유 자금이 있지만, 원화 강세에 따른 해외매출 감소로 현대자동차와 산하 기아자동차의 수익성에는 그늘도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블룸버그><로이터> 등의 냉랭한 평가를 반영하듯 이날 한전 땅을 고가매입한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는 외국인 매도 공세에 동반 폭락했다.
현대차는 9.17% 폭락한 19만8천원에 거래를 마감하면서 52주 신저가 기록을 경신하는 동시에 20만원선이 붕괴했다. 이날 낙폭은 2011년 8월 19일 10.97% 이후 3년만에 가장 큰 폭이다. 기아차 역시 7.80%, 현대모비스 역시 7.89% 폭락했다.
이날 폭락한 현대차 그룹 주식들은 외국인들이 이날 하루 외국인 가장 많이 팔아치운 주식들 상위 랭킹을 독식하다시피 했다.
외국인들이 이처럼 현대차그룹에 차가운 시선을 보낸 것은 단지 한전 부지를 비싸게 샀다는 이유에 못지않게, 고령의 정몽구(77) 회장 등 현대차 그룹 수뇌부가 현대차가 직면한 위기 상황을 인식하고 있지 못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으로 보인다.
현재 현대차를 가장 위협하는 것은 아베정권의 '엔저 공세'다. 일본 엔화는 이날도 아베 정권의 묵인아래 가공스런 엔저 행진을 계속해 달러당 108엔 후반까지 급등했고, 일본자동차 주가는 급등했다. 이날 엔화 수준은 2008년 리먼 사태 발발 이전의 수준을 6년만에 회복한 것이다. <로이터> 등은 금명간 110엔선에도 진입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에 정통한 대기업 CEO는 "일각에서는 엔화가 110엔 돌파에 그치지 않고 130엔 선까지 갈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이럴 경우 국내 수출기업들은 큰 타격을 입고 특히 현대기아차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게 분명한데, 환경차 등 기술개발에 올인하지 않고 엉뚱하게 부동산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이니 국내외 시장의 실망이 큰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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