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들 "4일 아니라 4천일이라도 기다리겠다"
朴대통령 침묵에 분개, "국정원 동원해 유족 분열-음해"
세월호 유가족들은 이날 오후 청운동 주민세터 앞에서 4차 기자회견을 갖고 "오늘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세월호 특별법은 언급도 되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유족들은 이어 "참사로 자식을 잃은 부모들이 40일 넘도록 길에서 자고 단식을 하고 울부짖는 게 현안이 아니냐"고 거듭 반문한 뒤, " 입법은 국회가 할 일이라는 것 알고 있다. 그러나 정부도 입법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것 역시 잘 알고 있다"며 세월호특별법 입법은 국회 소관이라고 주장하는 청와대를 질타했다.
이들은 박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야당에 대해 민생법안 신속 통과를 압박한 데 대해서도 "민생법안이라는 것이 학교주변에 숙박시설 허용하는 관광진흥법, 안전규제를 완화하는 크루즈법, 외국인 환자 유치 관련 규제 완화, 분양가 상한제 탄력 적용 등의 내용이라고 한다"며 "이 모두가 저희가 보기에는 저희 같은 서민들과 무슨 상관이 있는 법인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심지어 안전규제를 완화해서 제2, 제 3의 세월호 참사를 낳을 법도 들어가 있다"고 힐난했다.
이들은 또한 '유민아빠' 김영오씨에 대한 국정원 불법사찰 의혹을 거듭 제기하면서 "지금 정부가 할 일은 온갖 정보기관을 동원해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분열하고 음해하는 일이 아니라, 지금 당장 유가족의 의견이 반영된 특별법을 제정하기 위해 모든 힘을 기울이는 것"이라고 힐난했다.
이들은 "대통령님과 면담을 요청하며 청와대 앞 농성을 시작한지 4일째, 오늘도 우리 가족들은 대통령께 재차 면담을 요청 드린다"며 박 대통령의 면담 허가가 있기 전까지는 농성을 풀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수진 아빠' 김종기는 개인 발언을 통해 " 대통령의 답변을 기다리겠다. 4일이 아니라 40일, 400일, 4천일이 되더라도 기다리겠다"고 다짐했다.
'재욱 엄마' 홍영미씨는 "저는 엄마다. 가슴이 살아있고 양심이 살아있는 인간이다. 우리는 양심이 살아있는 국민이다"라면서 "그러면 양심이 살아있는 국가에 양심이 살아있는 대통령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 그러면 이 자리에 맨발로 뛰어나와야 하지 않겠냐"라고 질타했다.
기자회견에 배석한 진보네트워크 장여경 활동가는 "청운동 사무소 앞 CCTV가 가족들 농성이 시작되었을 때부터 적어도 어제 저녁 6시 반경까지 계속 이 앞을 비추고 있다. 평소에는 도로쪽을 보다가 기자회견이나 농성이 있으면 이쪽을 비춘다. 저 CCTV는 대통령 경호실에서 관리하고 있다"며 "감시의 목적이 무엇이냐? 내가 너를 지켜보고 있으니 조심해라, 위축 되어라, 할말도 하지 말아라 이런 거 아니냐"고 감시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
<기자회견문>
청운동사무소 앞에 갇힌 지 4일째입니다. 우리는 청와대의 응답이 있을 때까지 여기에서 기다리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가 무슨 시한폭탄이나 되는 듯 청운동사무소 앞을 경찰차로 빙 둘러 막고 있습니다. 저희에게 음료수라도 건네주려고 오시는 분들도 저희를 만나지도 못하고 음료수만 겨우 넣어주고 갑니다. 감옥에서도 면회를 막지는 않습니다. 왜 우리가 자유롭게 1인 시위를 하러 가거나 시민들을 만나려고 하는 것을 막습니까. 맞은편까지 겨우 온 시민들을 향해 얼굴도 보지 못하고 “감사합니다”라고 외칠 수밖에 없는 것이 이곳의 풍경입니다.
오늘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세월호 특별법은 언급도 되지 않았습니다. 국정 현안을 다루는 회의에서 언급도 하지 않는 것은, 이것이 현안이 아니라는 말입니까. 참사로 자식을 잃은 부모들이 40일 넘도록 길에서 자고 단식을 하고 울부짖는 게 현안이 아닙니까. 입법은 국회가 할 일이라는 것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도 입법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것 역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문제는 입법권이 어디 있느냐는 것이 아니라, 가족의 의견을 수용하는 특별법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의지를 대통령이 분명히 밝히셔야 한다는 점입니다.
박근혜 대통령께서도 지난 5월 16일 가족의 의견을 반영한 특별법을 만들겠다고 강조했고, 5월 19일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하고 특검도 해야 한다고 밝히시지 않으셨습니까? 우리 가족들과의 약속 그리고 국민들과의 약속을 지키셔야 합니다. 이제 그 약속을 지킬 시간이 왔습니다.
민생법안을 처리하지 못해 경제를 살릴 수 없다는 말도 들립니다. 민생법안이라는 것이 학교주변에 숙박시설 허용하는 관광진흥법, 안전규제를 완화하는 크루즈법, 외국인 환자 유치 관련 규제 완화, 분양가 상한제 탄력 적용 등의 내용이라고 합니다. 이 모두가 저희가 보기에는 저희 같은 서민들과 무슨 상관이 있는 법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심지어 안전규제를 완화해서 제2, 제 3의 세월호 참사를 낳을 법도 들어가 있습니다. 안전규제를 풀면서 경제를 살리자는 이야기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절대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겪고 있는 가슴 찢어지는 아픔이 경제 살리기라는 명목으로 다른 가족들에게 옮겨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어제 우리 가족들은 국정원에 대한 가족 사찰 의혹을 제시했습니다. 이에 대해 국정원이 구체적 사항을 밝히라고 강변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공개 하겠습니다. 유민 아빠의 어머님이 알려온 소식에 따르면 유민 아빠의 고향인 정읍면사무소와 이장에게 유민 아빠의 신상을 묻는 전화가 왔다고 합니다. 또, 유민 아빠가 동부병원에 실려 온 날인 지난 22일 국정원 직원이 자신의 소속을 밝히고 병원장을 찾아와 유민 아빠의 주치의인 이보라 선생에 대해 묻는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것이 가족들이 파악한 국정원이 국민들을, 세월호 가족들을 뒷조사한 내용입니다. 국정원 개혁 얘기만 나오면 어김없이 반복했던 ‘국내 정치 개입 금지’, ‘사찰 금지’ 내용을 스스로 어긴 것입니다. 스스로 불법을 저지른 것입니다. 국정원은 지금 우리가 밝힌 사실에 대해 해명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만약 불법이 밝혀진다면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그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면 국정원의 세월호 실소유주 의혹과 함께 국정원의 또 다른 의혹으로, 국정원 게이트로, 국민적 의혹은 더욱 확산될 것입니다.
지금 정부가 할 일은 온갖 정보기관을 동원해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분열하고 음해하는 일이 아니라, 지금 당장 유가족의 의견이 반영된 특별법을 제정하기 위해 모든 힘을 기울이는 것입니다. 특별법이 제정될지 안개가 쌓인 듯 막막하던 때, 우리가 세월호에 갇힌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더욱 더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신다는 소식이 들려 안개가 걷히는 듯도 합니다. 전국 각지에서 단식농성으로 함께 해주시는 국민 여러분, 의료지원단, 수도자 사제 여러분, 행진에 나서주신 대학생 여러분 등 너무 감사합니다.
대통령님과 면담을 요청하며 청와대 앞 농성을 시작한지 4일째, 오늘도 우리 가족들은 대통령께 재차 면담을 요청 드립니다. 아이들을 잃고, 가족을 잃고 길을 헤매는 우리들을 만나주십시오. 그리고 유가족들의 의견이 반영된 특별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박근혜 대통령님께 결단해 주실 것을 촉구합니다.
2014년 8월 25일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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