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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월가 사냥', 그 위험한 도박

산은의 리먼 브러더스 인수협상, '싼 게 비지떡'일 위험성

미국주가가 22일(현지시간) 모처럼 올랐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 종가보다 197.85포인트(1.73%) 상승한 11,628.06에 거래를 마감됐다.

이날 미국주가를 끌어올린 주체는 한국의 산업은행(KDB)였다. 산업은행측이 이날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리먼 브러더스 인수도 그 가운데 하나"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MB정부 출범후 정부 '월가 사냥'에 적극적

투자은행 랭킹 4위의 리먼 브러더스는 월가에서 가장 쓰러질 위험성이 높은 월가의 '시한폭탄'이었다. 앞서 지난 3월에 랭킹 5위의 베어스턴스는 이미 파산한 바 있어, 리먼을 바라보는 월가의 위기감은 컸다. 연내에 쓰러질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던 판이었다.

이런 골치덩이를 한국의 산업은행이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나섰으니, 월가가 환호할밖에. 특히 중국 시틱증권 등이 인수 거부 의사를 밝힌 뒤 나온 소식이어서 월가를 들뜨게 만들었다.

하지만 과연 성사가 될지, 월가는 반신반의하고 있다. 워낙 리먼이 부실덩어리이기 때문이다. 리먼은 앞서 쓰러진 베어스턴스와 함께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가장 투기적으로 매입해온 투자은행으로 유명하다. 따라서 과연 산업은행이 뚜껑을 열어보고도 리먼을 사들일지는 미지수라는 게 월가 반응이다. 실제로 <로이터> 보도후 13%나 급등했던 리먼 주가는 5.03% 상승으로 거래를 마쳤다.

산업은행의 주인인 정부 방침도 아직 '미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리먼 브러더스와 인수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아직 정부의 방침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9월 초에 발표될 리먼의 2분기 실적보고서 등을 참고해서 협상을 더 진행할 것인지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동안 산은의 인수협상을 허용했던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월가 금융기관 인수에 대한 정부측 의지는 적극적이다. 기획재정부 산하 한국투자공사가 앞서 메릴린치에 20억달러를 투자했던 것도 정부의 이런 의지 때문에 가능했다. 물론 메릴린치의 추가부실화로 원금을 절반 까먹자 화들짝 놀란 한국투자공사가 최근 발을 빼고 다시는 월가 금융기관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긴 했지만.

이밖에 박해춘 국민연금이사장이 국민연금을 동원한 월가 금융기관 인수 의지를 밝히는 등, 이명박 정부 출범후 월가를 바라보는 정부와 국책금융기관들의 눈길은 그 어느때보다 뜨겁다.

리먼 매입에 200억달러 추정, 그만큼 가치 있나

리먼 브러더스의 경영권을 인수하기 위해선 200억달러(우리돈 20조원) 전후가 필요할 전망이다. 앞서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리먼이 이달초 산은에 보유지분 25%를 50억달러에 팔고, 산은이 추가로 시장에서 지분 25%를 사들이는 것을 골자로 하는 협상을 해왔다고 보도한 바 있기 때문이다.

현재 리먼의 외형을 보면 200억달러가 큰 돈이 아닐 수도 있다. 리먼의 자산은 6천390억달러. 게다가 158년 역사의 리먼은 전세계에 촘촘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으며, 금융 노하우도 대단하다. 특히 리먼을 인수하면 리먼이 투자하고 있는 세계 모든 주요기업의 정보를 샅샅이 들여다 볼 수 있다. 엄청난 무형의 자산이다.

문제는 현재 리먼이 얼마나 망가져 있는가이다.

리먼은 지난 2분기에만 무려 28억 달러 손실을 내면서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고 있다. JP모건은 3분기 리먼의 손실은 더 커 4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크레디 스위스가 지난달 리먼과의 신용 거래를 끊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이는 지난 3월 베어스턴스 파산 직전에 취한 조치다.

이뿐이 아니다. 미국 부동산거품 파열이 계속 진행되면서 부실은 눈덩이처럼 커져, 리먼의 위험 자산의 총 규모가 총 500억 달러(50조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말 그대로 밑 빠진 독이 될 위험성이 큰 것이다. 리먼 주가가 올 들어서만 80%나 폭락한 것도 다 이유가 있다.

한국을 금융후진국이라 내려다보던 리먼이 산업은행에 고개를 숙이고 들어온 것 자체가 리먼이 현재 얼마나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는가를 보여주는 반증이다. 우리 속담에 있듯 "싼 게 비지떡"일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민유성 산은행장 "글로벌 사냥꾼이 돼야"

산업은행이 이처럼 위험천만인 리먼 브러더스 인수에 적극성을 보이는 것은 민유성 산업은행 행장 때문이다. 90년대이래 외국 금융기관을 전전했던 민 행장은 지난 6월 행장에 취임하기 직전까지 3년 동안 리먼브러더스 서울지점 대표를 지냈다.

민 행장은 취임후 산은의 민영화와 지주사 설립을 준비하기 위해 리먼 출신의 박남수 팀장을 영입할 정도로, 리먼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박 팀장은 민 행장이 우리금융의 재무담당 부회장시절부터 같이 일을 했으며, 민 행장이 우리금융에서 나와 리먼브라더스 서울지점 대표로 옮길 때도 같이 옮겼던 측근중 측근이다.

민 행장은 6월 취임직후부터 월가 금융기관 인수에 남다른 의지를 드러냈다. 간부들을 모아놓고는 "민영화 산은은 농사꾼이 아닌 글로벌 사냥꾼이 돼야 한다. 앉아서 기다리는 게 아니라 먹이를 찾아 뛰어야 한다"는 요지의 특강을 했다.

그는 7월24일 기자간담회에서는 “성장전략에 있어 국내외 금융회사의 M&A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국내에서 M&A를 한다면 소매금융 부문, 해외는 투자은행(IB), 기업금융, 자산운용 부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M&A 기회가 더 빨리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자본금보다 20~30배 많은 돈을 빌려 투자중인 미국의 투자은행들은 신용경색이 심해지면 자산을 매각해야 할 것이고, 그 틈에 투자여력이 있는 산은이 들어가면 된다”고 말했다.

민 행장은 자신이 직접 근무해본 적이 있는만큼 리먼 인수가 실보다 득이 많다고 확신하는 분위기다. 그의 판단력을 존중해줄 필요가 있다.

그러나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리먼 인수는 전형적인 '고위험-고수익' 투자방식이다. 리먼은 산은보다 건전성과 자금력이 뛰어난 세계의 큰손들도 "너무 위험하다"며 발을 빼고 있는 시한폭탄이다. 또 리먼을 인수하더라도 핵심자산인 리먼 인력이 남아있을지도 미지수다. 지금 당장은 워낙 월가의 실업난이 극심한만큼 이직이 적을 것이다. 그러나 상황이 풀리면, 과연 리먼 인력이 계속 한국계 투자은행에 남아있을지 미지수다.

산은은 민영화 대상에 포함돼 있지만, 아직까지는 정부기관이다. 현행법은 산은이 손실을 보면 국민세금으로 보전해주도록 돼 있다. IMF사태 직후엔 한 해에 4조원이나 혈세를 산은에 쏟아부은 적도 있다. 리먼 인수 협상이 국민적 관점에서 논의돼야 하는 이유다.

월가 금융기관 인수를 추진중인 민유성 산업은행장. ⓒ연합뉴스
박태견 기자

댓글이 4 개 있습니다.

  • 23 13
    피디브라더스

    인수해주면 뇌물줄께
    인수금액 5%.
    인수도 부도나면 공자금이 있잖아.

  • 22 9
    도적때

    한탕해처먹자는 수작.
    권력 잡고 있을때 국민들 돈으로 크게 한탕 해처 먹겠다는 수작아니겠어?
    아니면 쓰러져가는 부쉬형님 체력보강 시켜 줄려고? 니놈들의 뒷구멍 썩는 냄새가 벌써 진동하는구나.

  • 29 11
    111

    사기꾼 정권에 사기꾼 정부에
    사기꾼들 잔뜩 모여있다.

  • 19 11

    역시 주가조작의 달인이야
    미국주가까지 조작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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